2008년 5월 8일 목요일

웹서비스가 AudioSurf로부터 배워야 할 교훈


AudioSurf

리뷰 : [오디오서프(Audiosurf)] (2008) - by ritgun

1. 새롭게 하라.

나는 바둑을 어쨌든 배운 경험이 있으며, 바둑에 대해 일절 모르는 이에겐 백전 백승할 정도로는 둔다. 그러나 그 수준이란 매우 저열해, 바둑의 진득함은 별세계 이야기다. 자, 바둑 TV같은 사업자에게 있어 나와 같은 계층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나의 수준과 바둑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는 수준을 맞춰야 하는 문제이므로, 결국 내가 고수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힘든 일이다. 대개는 이러한 간극을 해설이라는 일시적인 수단으로 메꾸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어차피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포기한다" 라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물론 미래를 위한 투자는 필요할 지 몰라도. 그렇다. 이것이 '현명'하다.
그런데 최근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수준을 높이는 게 힘들다면, 경기를 이해하기 쉽게 하면 될 것 아니냐고. 물론 유단자들이 한심한 바둑을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 이게 무슨 궤변이냐고? 나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만일 바둑을 격투 게임의 화면으로 바꾸게 되면 어떻게 될까. 철저하게 짜여진 알고리즘에 의해, 뛰어난 세력 바둑은 클린 히트로, 집요한 실리 바둑은 서브미션으로, 대마의 생사는 필살기의 성사여부로. 자, 이렇게 되면 바둑의 바자도 모르는 얼치기도 그 치열한 대결을 지켜볼 수 있다. 물론 그게 바둑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상의 예는 매우 많이 앞서나간 형태였다. 그러나 최소한 어떤 대상을 전혀 다른 대상으로 변환해 새롭게 하는 것은 의미 심장한 일이다. 있는 그대로보다는, 조미료를 첨가한 음식이 맛있는 법. 다수의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신선한 방식으로 소비하도록 해라. 그것이 '새롭게 하기' 이다. 음악을 듣는 것은 멋 옛날부터 사람들이 즐겨온 것이다. 거기서 끝나선 안된다. 무언가를 보여주던지, 무언가와 연관 지어야 한다. 그것으로 음악은 다시 태어난다.

2. 참여하게 하라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강력한 변화는 사용자를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나는 참여가 최상의 즐김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우수한 웹서비스일 수록 게임성을 띄는 것은 이러한 이유이다. Audiosurf는 음악을 아주 즐거운 게임으로 변화시켰다. 음악만으로도 행복한데, 마다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물론 이것은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적절한 참여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몰입으로 이어지지만, 과도한 참여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부담이 된다. 안하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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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해하기 쉽게 하라.

바둑의 예를 역으로 생각해보자. 격투 게임을 바둑으로 바꾼다면? 물론 바둑을 이해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흥미로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머리를 움켜쥐지 않을까. 변화는 수용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

4. 관계를 끌어들여라.

Audiosurf에서 매우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다.
리뷰 : [오디오서프(Audiosurf)]의 진정한 강점, 아는 사람끼리 스코어 겨루기.

고등학교 시절에 다녔던 독서실에 쿠타라는 게임 시리즈가 깔려 있었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덧없는 스코어 놀이에 나와 친구들은 열광했다. 모두들 자신의 기록을 쉬는 시간마다 갱신해 가며, 높아져 가는 스코어 싸움을 즐겼다. 그런데 만일 우리들의 기록이 '월드 스코어'에 기록되었어도 그럴 수 있었을까? 일부 괴수들을 제외하면 아니었을 것이라 본다. 솔직히 말해 전 세계 14023등인 것 따윈 눈꼽만치도 기쁘지 않다. 칼 루이스와 달리기를 해야한다면, 난 그냥 대충 뛰고 말겠다. 만든지 십년이 넘은 스타크래프트 배틀넷엔, 아직도 초보 방이 다수 개설되어 있다. 이는 스타크래프트가 얼마나 성공적인 게임인지 입증하는 요소이다. 반면 망하는 게임은 초보가 사라지고, 일반인이 사라지는 법이다.

이런 문제를 개선 시키는게 '관계'라는 물건이다. 연예인보다 훨씬 떨어지는 용모의 사진도, 내 친구라면 본다. 가수보다 못 부르는 노래라도, 댄서보다 떨어지는 춤도 내 친구가 하면 보고 듣는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이미 관계라는 것을 통해 그것이 특별해 졌기 때문이다.

Audiosurf는 친구 랭킹이란 요소를 통해, 이런 류의 게임이 가지는 한계를 깔끔히 해결했다. 계속되는 음악 추가를 통한 새 분야 개척(?)이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무궁무진하게 확장해 나가는 플랫폼 속에서도 안정된 자신의 자리를 찾게 해주는 것- 그것이 관계이다.

5. 결론

나는 Audiosurf가 페이스북의 F8 플랫폼에 들어간다면, 매우 성공적인 웹서비스로 자리매김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럴 생각을 못하겠지만 말이다. 쿠타는 왜 모바게타운이 되지 못했을까? 가장 주된 이유는 그럴 생각 자체를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혁신을 일궈놓고 그 과실을 따 먹지 못하는 것들이 참 많다. 후일 Audiosurf는 쿠타같이 기억되지 않을까. 게임과 소셜이 만나는 흐름은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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