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23일 일요일

리더는 선택한다.

비즈니스건, 개인사 이건 간에 성취의 과정에는 자신이 본디 의도한 것 만큼 달성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다이어트 이후의 몸무게가 생각보다 많을 수도 있고,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생각보다 쓸모 있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 택할 수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이것이면 충분하다고 믿게 하거나
둘째. 실제로 충분하게 만드는 것

개인사는 재끼고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첫째 방법은 주로 마케터의 임무이고, 둘째 방법은 주로 개발자의 임무이다.
첫째 방법은 자칫 기만이 될 수 있으나, 현실적인 문제들에 훌륭한 보완책이 될 수도 있다. 어떤 개발자들이 자신 만큼 멍청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고 해서 꼭 회사가 망하리란 법은 없는 것이다. 그로 인해 세상이 살기 좋아지진 않겠지만.
둘째 방법은 본질에 충실한 것일 수도 있으나, 자칫하면 고리타분한 원칙론에 매몰될 수도 있다.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든다고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개발자에게의 충분함이란 세상에 별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회사가 망하고 나서 깨닫는 건 비참하지 않는가? 뺀질한 마케터들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는 자기위안은 가능할지 몰라도 말이다.

유감스러운 건 둘 중 어느 하나도 틀리지만은 않으며, 둘 중 어느 하나도 옳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둘 중 하나만이, 혹은 모두가 필요하기도 하며, 때로는 모두가 필요 없기도 하다. 수많은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들에 명쾌한 패턴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 웃기는 건 만사가 이런 식이라는 것이다. 이슈는 수만가지임에도. 분명한 건 리더는 괴롭다는 것이다.

결국 올바른 선택을 하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아니, 사실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선택이 올바른 선택이다. 최소한 결과론적으로나마 올바른 선택이란 건 실존한다.

리더가 목표로 조직을 이끄는 자라고 했을 때, 결국 리더의 중대한 역할은 올바른 선택을 내리는 자다. 방법론이야 수도 없이 많지만, 리더는 일단 이 사실 자체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그 자리의 중대함에 짖눌려 선택 자체를 회피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은 생각만큼 받아들이기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겠지만, 이 선택은 열이면 열 결과가 안 좋더라. 어찌됐건 이것만 분명히 할 수 있다면, 증권 애널리스트와 경쟁했던 원숭이가 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결국 선택하고, 실행해서, 성공하면 된다.


2007년 12월 4일 화요일

저작권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저작권 위반을 통해 커다란 이득을 챙기는 자들도 소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저작권을 위반하는 사람들은 그 위반 행위로 (최소한 금전적으로는) 별 재미를 볼일 없는 일반 네티즌인 경우가 많다.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 왜 범법을 저지를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저지르고 싶기 때문이며 저지르고 얻는 이득(주로 만족감이 될 것이다)이 자신이 감수해야 할 리스크보다 작기 때문이다. 이 매커니즘에 이견은 없으리라 믿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범법의 이유가 간단하므로, 그것을 막는 원칙도 간단할 것이다. 아주 논리적으로 접근해 보자.

1. 저지르고 싶지 않게 만든다.
예컨대 노상방뇨를 하는 건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다라는 인식을 퍼트린다면, 적당한 배설욕구는 참게 될 것이다. 문화로 계도하는 것- 이상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익명성이 매우 강하게 작용하는 웹은 그런 매커니즘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캠패인을 벌여도 소용 없음이 먼 옛날에 증명되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저작권과 관련한 캠패인들이 저작권 존중의 대가로 제공하는 가치가 즉각적이지 않고 실질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앞으로도 어쩔 수가 없다. 따라서 1번은 이 이슈를 놓고 보건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법이다.

2. 리스크를 높인다.
저작권자들이 바라 마다하지 않는 방법이 아닌가 한다. 저작권법을 강화하고 적발을 강화하고. 그러나 이 부분은 여러 애로사항이 있다. "법을 어기는 나쁜애들을 혼내주는게 뭐가 문제냐"고 물을 수 있겠다. 물론 말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실용적이진 않다.
모든 법은 금지와 처벌이라는 매커니즘으로 돌아간다. 문제는 처벌이다. 특정한 행위에 대한 처벌 하나도 법 전체의 효과와 포괄적으로 작용한다. 저작권법 하나만이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때문에 아무리 그것이 실로 중대한 사회 문제더라도, 법이 그 문제를 비교적 효과적으로 해결하는데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말 그대로 법은 최후의 보루기 때문이다. 으랏차~ 하고 법이 해결해 주길 기대한다면 안이한 생각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기다려도 정말 충분한 억제력이 발생할 수 있느냐가 미지수라는 점이다. 예컨대 거리에 침을 뱉는 행위를 생각해 보자. 싱가폴과 같이 매우 강한 처벌이 있다면 웬만큼 삼키기 싫은 침이 아니라면 뱉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행위가 한국에서는 그리 강한 억제력이 작용하지 않는다. 중국까지 가면 말도 못할 정도라고 한다. 왜? 도대체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법이 절대적인 도덕률을 따르기 보단 그 사회가 지닌 특성과 상황, 그리고 그때 그때 발생하는 여러 이슈들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간의 과거를 돌이켜 보면, 그런 일련의 과정이 그리 논리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공중문화가 올림픽과 월드컵을 통해 확연히 개선되었던 것 등이 그런 예이다. 이번 자살사건과 관련한 소동 또한, 어떤 형태로 법이 사회적 이슈와 반응하는지 보여준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돌발성이 짙다. 이런 걸 대안으로 마냥 견지하기엔 불안하지 않을까?

결론은 리스크를 높이는 것은 가능은 하나 그 진행양상을 컨트롤 하기 용이치 않아, 쉬운 길은 아니라는 것이다.

3. 다른 방법을 찾는다.(구조상 이 부분이 주제임은 짐작하셨으리라 믿는다.)

중요한 건 저작권 위반을 저지르는 구조 자체이다. 이미 말했다시피 저작권 위반을 저지르는 이유는 저지르고 싶기 때문이며 저지르고 얻는 이득이 자신이 감수해야 할 리스크보다 작기 때문이다. 그런 이상 우리는 1,2번을 왔다 갔다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전제를 조금 더 파고들어 보자. 정말로 사용자들은 저작권 위반을 저지르고 싶은 걸까? 아니 내가 말해 놓고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물론 그들은 누군가의 강요로 저작권 위반을 저지른 것이 아니다. 그들은 하고 싶어서 그런 행위를 한 게 맞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들이 하고 싶은 행위란 게 정확히 무엇이냐는 거다. 총칭해서 '저작권 위반 행위'라고 적어 놨지만, 그들이 하려 한건 '펌'이나 '공유'이지 '범법'은 아니다. 물론 둘은 같은 행위이다. 그러나 같은 의미인 건 아니다.

자, 이제 슬슬 내가 제시하는 이야기에 가까이 다가왔다.
지금 처럼 사용자들이 펌이나 공유를 할 수 있게 하면서, 범법이 아니게 할 수 없을까?
이 이야기는 다시 말하면 이런 의미이다.
지금 처럼 사용자들이 펌이나 공유를 할 수 있게 하면서, 저작권자들이 행복할 수는 없을까?
이 이야기는 다시 말하면 이런 의미이다.
지금 처럼 사용자들이 펌이나 공유를 할 수 있게 하면서, 저작권자들이 수익을 낼 수는 없을까?

개인적으로는 가능하리라 본다.
내 사업의 방향이기도 하다.


덧.
다만 현재로선 광고 말고 딱히 (충분한) 돈을 얻을 구석이 없다는 것은 문제이다. 광고는 MASS를 확보한 소수 사업자가 독식하는 구조가 성립할 것이기 때문이다. 롱테일 롱테일 하지만 웹은 경우에 따라선 로컬보다 더욱 독점이 심한 영역이다. 그런 연유로 구글의 성장과, 포탈 위주의 몸집 불리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구글을 이겨낼 새로운 업체는 광고 없이도 (광고 이상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업체가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