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16일 월요일

좁을 수록 깊게 베인다.

명인, 혹은 고수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겐 일종의 자학성이 있다. 고통이 반복되면 인간은 대단히 단순한 사고상태에 다다르게 되는데, 그 일종의 무아지경이 특정한 기술로 피어날 때 우리는 일반인이 보일 수 없는 빼어난 능력을 목격하게 된다. 꼭 소수의 특별한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스스로에게 가혹한 사람일 수록, 내면에 첨예함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첨예함은, 특별함의 소재가 된다.

내가 이런 종류의 전율을 느끼는 기업은 삼성이다. 삼성 속에서 개인이나 다양한 개성은 잘 엿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만큼, 삼성은 그 막대한 규모를 단순한 것에 매몰 시키며, 집착으로 이어간다. 그것은 놀랄만한 날카로움으로 나타난다. 물론 꼭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예컨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진 삼성의 로비는, 이런 단순함과 집착이 부정적으로 사용된 결과이다. 그러나 그 힘은 한국을 흔들만큼 강성했다. 수많은 이가 욕을 하는 순간에도, 삼성은 어마어마한 이익을 창출하며 굴러가고 있다.

또 하나의 삼성이 되어간다는 네이버 또한 그렇다. 네이버는 현명함과 똑똑함 사이에서 집요하리 만치 똑똑함을 택하고 있다. 네이버 세상을 돌아다니며 내가 느끼는 것은, 철저하게 가공된 테마파크의 풍경이다. 아직은 인터넷이 현실이 아니다 라고 네이버는 생각하는 것 같다. 필요이상의 가치는 고려하지 않는다. 그것은 테마파크의 네온사인을 흐릴 뿐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네이버를 사용한다는 것은 자유이용권을 끊은 채 그 화려한 불빛에 빨려들어가는 어린이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나쁜 일이 아니며, 욕할 일도 아니다. 테마파크 안에서는, 누구나 어린이가 되는 법이니까.

어쨌든 내게는, 우리가 어린이가 되건 로비의 대상이 되건 간에 그것이 누군가가 의도한 바 이라는 것, 그리고 그 누군가가 막대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하고자 하는 이는 분명히 무언가를 버릴 필요가 있다. 그것은 환상, 여유, 지나친 사유등이다. 버림으로서, 얻을 것이다. 방향이 맞고, 굴러가기만 한다면, 다다르게 되어있다. 다시 말하면 실패한 수 많은 벤처들은 방향이 맞지 않았거나, 굴러가지 못했다. 사실은, 그것도 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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