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4일 화요일

저작권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저작권 위반을 통해 커다란 이득을 챙기는 자들도 소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저작권을 위반하는 사람들은 그 위반 행위로 (최소한 금전적으로는) 별 재미를 볼일 없는 일반 네티즌인 경우가 많다.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 왜 범법을 저지를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저지르고 싶기 때문이며 저지르고 얻는 이득(주로 만족감이 될 것이다)이 자신이 감수해야 할 리스크보다 작기 때문이다. 이 매커니즘에 이견은 없으리라 믿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범법의 이유가 간단하므로, 그것을 막는 원칙도 간단할 것이다. 아주 논리적으로 접근해 보자.

1. 저지르고 싶지 않게 만든다.
예컨대 노상방뇨를 하는 건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다라는 인식을 퍼트린다면, 적당한 배설욕구는 참게 될 것이다. 문화로 계도하는 것- 이상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익명성이 매우 강하게 작용하는 웹은 그런 매커니즘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캠패인을 벌여도 소용 없음이 먼 옛날에 증명되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저작권과 관련한 캠패인들이 저작권 존중의 대가로 제공하는 가치가 즉각적이지 않고 실질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앞으로도 어쩔 수가 없다. 따라서 1번은 이 이슈를 놓고 보건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법이다.

2. 리스크를 높인다.
저작권자들이 바라 마다하지 않는 방법이 아닌가 한다. 저작권법을 강화하고 적발을 강화하고. 그러나 이 부분은 여러 애로사항이 있다. "법을 어기는 나쁜애들을 혼내주는게 뭐가 문제냐"고 물을 수 있겠다. 물론 말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실용적이진 않다.
모든 법은 금지와 처벌이라는 매커니즘으로 돌아간다. 문제는 처벌이다. 특정한 행위에 대한 처벌 하나도 법 전체의 효과와 포괄적으로 작용한다. 저작권법 하나만이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때문에 아무리 그것이 실로 중대한 사회 문제더라도, 법이 그 문제를 비교적 효과적으로 해결하는데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말 그대로 법은 최후의 보루기 때문이다. 으랏차~ 하고 법이 해결해 주길 기대한다면 안이한 생각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기다려도 정말 충분한 억제력이 발생할 수 있느냐가 미지수라는 점이다. 예컨대 거리에 침을 뱉는 행위를 생각해 보자. 싱가폴과 같이 매우 강한 처벌이 있다면 웬만큼 삼키기 싫은 침이 아니라면 뱉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행위가 한국에서는 그리 강한 억제력이 작용하지 않는다. 중국까지 가면 말도 못할 정도라고 한다. 왜? 도대체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법이 절대적인 도덕률을 따르기 보단 그 사회가 지닌 특성과 상황, 그리고 그때 그때 발생하는 여러 이슈들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간의 과거를 돌이켜 보면, 그런 일련의 과정이 그리 논리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공중문화가 올림픽과 월드컵을 통해 확연히 개선되었던 것 등이 그런 예이다. 이번 자살사건과 관련한 소동 또한, 어떤 형태로 법이 사회적 이슈와 반응하는지 보여준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돌발성이 짙다. 이런 걸 대안으로 마냥 견지하기엔 불안하지 않을까?

결론은 리스크를 높이는 것은 가능은 하나 그 진행양상을 컨트롤 하기 용이치 않아, 쉬운 길은 아니라는 것이다.

3. 다른 방법을 찾는다.(구조상 이 부분이 주제임은 짐작하셨으리라 믿는다.)

중요한 건 저작권 위반을 저지르는 구조 자체이다. 이미 말했다시피 저작권 위반을 저지르는 이유는 저지르고 싶기 때문이며 저지르고 얻는 이득이 자신이 감수해야 할 리스크보다 작기 때문이다. 그런 이상 우리는 1,2번을 왔다 갔다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전제를 조금 더 파고들어 보자. 정말로 사용자들은 저작권 위반을 저지르고 싶은 걸까? 아니 내가 말해 놓고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물론 그들은 누군가의 강요로 저작권 위반을 저지른 것이 아니다. 그들은 하고 싶어서 그런 행위를 한 게 맞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들이 하고 싶은 행위란 게 정확히 무엇이냐는 거다. 총칭해서 '저작권 위반 행위'라고 적어 놨지만, 그들이 하려 한건 '펌'이나 '공유'이지 '범법'은 아니다. 물론 둘은 같은 행위이다. 그러나 같은 의미인 건 아니다.

자, 이제 슬슬 내가 제시하는 이야기에 가까이 다가왔다.
지금 처럼 사용자들이 펌이나 공유를 할 수 있게 하면서, 범법이 아니게 할 수 없을까?
이 이야기는 다시 말하면 이런 의미이다.
지금 처럼 사용자들이 펌이나 공유를 할 수 있게 하면서, 저작권자들이 행복할 수는 없을까?
이 이야기는 다시 말하면 이런 의미이다.
지금 처럼 사용자들이 펌이나 공유를 할 수 있게 하면서, 저작권자들이 수익을 낼 수는 없을까?

개인적으로는 가능하리라 본다.
내 사업의 방향이기도 하다.


덧.
다만 현재로선 광고 말고 딱히 (충분한) 돈을 얻을 구석이 없다는 것은 문제이다. 광고는 MASS를 확보한 소수 사업자가 독식하는 구조가 성립할 것이기 때문이다. 롱테일 롱테일 하지만 웹은 경우에 따라선 로컬보다 더욱 독점이 심한 영역이다. 그런 연유로 구글의 성장과, 포탈 위주의 몸집 불리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구글을 이겨낼 새로운 업체는 광고 없이도 (광고 이상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업체가 아닐런지.


댓글 2개:

  1. 저만의 주먹구구 이론이라 그다지 신빙성은 없습니다만...XP부터 도입된 copy protection 기술도 그렇고 저작권법 같은 종류의 법들은 어떤 제품이 빨리 확 확산되는 것을 늦추는 효과를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 ms가 copy protection과 관련해서 아무런 기술도 없고 CD-KEY 조차 없던 MS-DOS 시절에 도스가 얼마나 전세계적으로 확산됐습니까...



    저작권법이 결국 크리에이터에게 댓가를 지불하기 위한 것인데...저작권법이 컨텐츠가 확 퍼지는 것을 늦춘다면 결국 크리에이터 자신의 목적을 훼손하는 결과가 되겠죠 (어떤 크리에이터이든 자신의 컨텐츠가 널리 확산되기를 바라니까).



    크리에이터에게 댓가가 돌아가게 하는 방법론에 있어서 저작권법 말고 다른 메커니즘은 없나 좀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일본 로봇 애니의 경우 TV만 켜면 아무나 공짜로 볼 수 있죠. 꼬마애 한 명 한 명한테 일일이 요금을 부과하진 않지만, 그 꼬마는 애니를 본 후에 로봇 프라모델을 구매하게 됩니다. 그래서 애니가 방영되면 로봇 프라 매출이 증대하게 되고 그런 연유로 일본 로봇 애니의 경우 처음에 제작을 의뢰할 때 프라모델 회사가 애니메이션 회사에 제작비를 지불합니다.



    건담이나 마크로스처럼 히트작이 나오고 나면 다음번에 계약할 때 액수가 더 커질수도 있겠죠. ^^ 아무튼 일본 애니 업계가 이런 식으로 윈-윈 하는 것을 보면 하나하나 볼 때마다 일일이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반드시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습니다.



    한 번 들을 때마다 한 번 볼 때마다 1000원 2000원 챙기려고 확산 속도를 늦추는 바보 같은 메커니즘 말고...새로운 매커니즘이 개발되어야 합니다. 저는 그런 새로운 매커니즘에 관해 적극적으로 연구해 볼 생각입니다. 블로그에서 말했듯이 저는 곧 드라마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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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최준열 - 2007/12/13 07:38
    시대의 방향이 그러니 살아남으려면 그럴 수 밖에 없겠지요. 그러나 창작자에게 가장 안정적인 체제가 직접 수금인 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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