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5일 금요일

때 묻은 희망

희망이 만일 사물이라면, 그것은 밝고 환하고 예쁜 색깔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좋은 결과를 가르키는 놈이니, 아무래도 때깔이 좋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희망을 품으면 인간은 들뜨고, 행복한 기분에 휩싸인다. 이는 인간을 앞으로 전진할 수 있게 한다. 판도라의 상자에서 튀어나온 온갖 흉물들에 맞서 싸울 보석인 것이다.

그러나, 대개 이런 희망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일류대를 꿈꾸던 학생은 이류대로 진학하게 되고, 짝사랑했던 상대는 다른 상대를 만나고, 대박을 꿈꾸던 창업자는 적당히 사업을 유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무래도 보통이다. 이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희망이 현실적인 결과물을 능가하는 것을 가르킨다는 점이 근본적인 원인일 것이다. 내일 해가 뜰 것에 희망을 품는 이는 없다. 당연한 것은 희망의 대상이 아니다. 반대로 말해 당연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희망의 대상이 되고, 당연히-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비관론자는 그래서 판도라의 상자에 좋은 것은 하나도 들어 있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희망은 곧잘 우리의 기대를 배신하지만, 어느 정도는 또한 분명히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할 수 있는 일은 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그 경계는 불투명하고, 고정적이지도 않은 것 같다. 운이 필요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그 확률놀음을 인정하되, 타당하면서도 안정적인 효율로 배팅과 리턴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정확한 관측, 빠른 반복 실행, 반성과 학습은 그 핵심이다. 극단값에 가까운 운의 영향이 아니고서는, 분명히 그렇게 희망은 현실이 될 수 있다.

물론 그런 희망은, 처음에 말했던 밝고 환하고 예쁜, 환상적인 색깔은 아니다. 보상은 현실적인 수준에 그치고, 그것도 최선을 다해 노력할 때나 이루어지는 정도일 뿐이다. 때가 묻어 있다고 해야 할까. 아무래도 구질구질 하다는 기분을 벗을 수 없다.

그러나, 실제로 성공을 만들어 내는 것은 언제나 그런 색의 희망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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