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31일 화요일

자유연상. 중소규모 커뮤니티의 중요성과 포탈의 대처

블로그코리아 리퍼러,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세계일보 서명덕 기자의 블로그에 올라온 글로서, 자신의 사이트에 블로그 코리아로부터 유입된 인원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놀란 것은 바로 블로그 코리아 아래에 69명이 들어온 것으로 되어있는 eye.icu.ac.kr란 주소. 여기는 ICU의 학생 커뮤니티 EYE로, 내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리고 저 유입은, 내가 리플에 링크한 글 때문으로 사료된다.
ICU 학생 자체가 별로 없기 때문에, 사실 EYE는 그리 큰 커뮤니티가 아니다. 하루 순 방문자 (낮은)수백명정도의 규모. 그럼에도 블로그 코리아에 버금가는(?) 유입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경험은 비단 이번 뿐이 아니다. 그간 나는 동영상 UCC들에 들어가 있는 "어디서 봤을까?" 기능을 살펴보면서, 의외로 내가 퍼트린 경로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그 동영상을 시청함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내 생각에, 포탈 메인에라도 글이 뜨지 않는 이상은 다 이런식이 아닐까? 의외로 컨텐츠로 사람을 유입시키는 캐쉬카우는  중소규모의 커뮤니티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마땅한 통계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생각외로 사람들은 검색엔진 만큼이나 '자신이 다니는 동네'에서 상당한 정보를 얻는다. 더욱 의미가 있는건, 사람들이 그런 정보를 매우 신뢰한다는 점이다. 몇번 인터넷을 뒤집었던 괴담이 퍼져 나간 상황을 살펴보면, 중소 규모사이트가 막강한 확성기로서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곳엔 알바가 안 온다고 생각하는 걸까?
포탈은 온갖 화려한 컨텐츠를 포장해 사람들을 머물게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관계- 타인들과의 어울림을 직관적으로 제공하지는 못한다. 때문에 중소 규모 커뮤니티는 가치를 부여받는다. 이러한 커뮤니티의 이용은 인터넷을 깊게 쓰는 사람일 수록 그 정도가 더하다. 인터넷 좀 한다라는 사람은, 자주 다니는 커뮤니티 한둘쯤은 있는 경우가 흔하니까(물론 싸이월드의 등장 이후 꼭 그런 것만은 아니게 됐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들이야 말로 인터넷에서 다양한 변화를 주도하는 '우수 고객'이란 사실이다. 인터넷의 진수- 인간관계를 잘 느꼈기에, 그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고, 그를 이용하는 활동을 한다. 컨텐츠 생산 말이다. 반면 뉴스나 보고, 피자집 전화번호나 찾으려 인터넷을 하는 사람들은 그러지 않는다. 내 주변인만 살펴봐도, 그런 얕은 유저는 인터넷에서 뭔가 할 생각 자체를 하질 않는다. 웹 2.0도 그들에겐 공허한 표어일 뿐이다. 서비스 프로바이더가 누굴 붙잡아야 할지는 말하지 않아도 아시리라 믿는다.

인터넷이 단지 정보(데이터)의 바다에서 관계를 형성하는 공간으로 거듭난다면, 중소 규모사이트는 더욱 그 가치를 얻을 것이다.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가 인터넷의 미래라는 접근은, 그런 전제를 깔고 있다. 포탈은 카페라는 형태로 이런 NEED를 만족시키려 한다. 물론 타당한 접근이다. 그러나 몇가지 걸리는 문제가 있다.

1. 사이트로의 접근성.
로그인 해서 들어가는거 아무래도 귀찮다. 스타크래프트가 최고의 취미인 내가, 임요환 팬카페에서 PGR로 옮겨탄 이유의 7할은 이 것 때문. 꼭 로그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별도 도메인 부여나, 검색에서의 노출등 보다 발전시킬 여지는 있으리라.
2. 데이터로의 접근성.
필요한 컨텐츠는 물론, 그 카페의 분위기조차 가입해야만 볼 수 있는 경우가 너무 많다. 내가 원하는 컨텐츠가 빈약한, 이른바 별거 없는 커뮤니티면 양반이다. 가입해 놓고 보니 망한지 오래고 광고글만 판치는 사이트였던 경우가 부지기수. 한마디로 "내가 원하는 커뮤니티"를 찾기가 불편하다.
3. 디자인의 자유로움.
내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전문가적 역량을 지닌 하드코어 유저는 카페 형태의 커뮤니티를 별로 안 좋아하더라.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블로그를 안하고 계속 홈페이지 예찬을 펼쳤던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이른바 '내맘대로 안된다'는 점 말이다. 여기는 다음의 영토다, 여기는 네이버의 영토다 식의 강조만 숨겨도 더 많은 사용자가 생기지 않을런지.

결론. 중소규모 커뮤니티는 쫌 중요하다. 그 이유는 쫌 뛰어난 애들이 중소규모사이트에 많기 때문. 포탈의 카페는 그런 중소규모사이트에 대한 NEED를 만족시키기엔 왠지 쫌 부족하다. 쫌만 더 잘해봐라.



..뭐 알아서 잘하겠지. 뒹굴

덧.
사실 첫번째 문단까지만 생각하고 쓰기 시작한 글이었는데 쓰다 보니 이상한 전개로 빠져버렸다. 덕분에 내용이 중구난방인데, 이해 해주시길.



댓글 6개:

  1. 오~ 그렇군요. 글 잘읽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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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Zet - 2007/08/01 08:45
    이번 글은 솔직히 되는대로 쓴 글이라 영 아닙니다. 넓은 아량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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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정말이지 인터넷을 깊게 쓰면 쓸수록 인터넷으로 영화 예매나 뉴스 보기 같은 것은 거의 안 하게 되더군요. 말씀하신 대로 깊게 쓸수록 커뮤니티 활동에 들어가는 시간이 더욱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유도가 높은 사이트를 선호하게 된다라는 것도 동의합니다.



    저 같은 경우 디씨 프로그래밍 갤러리가 아무 로그인도 없이 아무렇게나 글이 써지는 게 맘에 들어서 최근 엄청 이용했었는데 지난주에 실명제가 도입되면서 저를 비롯한 몇몇 코어 유저(?)가 이탈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_-



    여기가 네이버의 영역이다 여기가 다음의 영역이다 하는 거 솔직히 저도 유치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구문명을 봐도...여기가 미국의 영역이다 여기가 독일의 영역이다 이거 좀 유치하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어차피 다 같은 인간인데...여기가 내 땅 저기가 내 땅 그런 게 무슨 필요가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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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최준열 - 2007/08/02 10:32
    뭐 실제 국가들의 영토야 오만가지 법적이고 정치적인 문제가 얽혀 있으니 그러려니 합니다만.. 포탈들의 로고 박기는 어디까지나 마케팅인데, 꼭 그렇게 일률적으로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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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ㅎㅎ 개인 블로그가 커뮤니티보다 우수한 근본적 이유도 되겠네요.

    로긴이 필요없고 모든 데이터가 공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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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reflect9 - 2007/10/16 16:34
    단기적으로는 카페 같은 시스템을 빌어 쓰는게 편하겠지만.. 커뮤니티가 지니는 정체성을 마음대로 구축할 수 있는 것이 차이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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