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2일 월요일

미국인들은 왜 창조적일까?

아시아가 세계의 공장이 된지는 오래되었지만, 최소한 아직도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미국이다. 그 이유는 수 많은 특허와 첨단 기초과학이 다져 놓은 저변에 있다. 어떤 제품, 어떤 기술로 세상을 바꾸려건 간에 그 근본 원리는 미국에서 유래하는 경우가 많다. 굳이 라이센스 비용같은 직접적 요인을 제하더라도, 뭘 할려고 하건 미국을 거쳐야 하는 구조는 엄청난 힘이다. 냉전 팔아 때돈 벌었던 스위스처럼, 진정한 승자란 구질구질하지 않은 법이다.

어떻게 미국인들은 그렇게 훌륭한 저변을 갖추게 되었을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건국 이래 뛰어나고 능력있는 외국인을 자국민으로 받아들인 제도이다. 우수한 대학들이 전 세계의 영재들을 가르치고, 실리콘 밸리는 전 세계의 기린아들을 끌어 모은다. 대영제국이 카피레프트로 보급해 놓은 영어도 이 유입을 가속시켰다. 결국 아메리칸 드림은 이민자만의 것이 아니라 아메리카 자신의 것이기도 하다. 우수한 사람은 우수한 일을 이루는 법이니까. 그러나 단지 뛰어난 사람들을 모아 놓았다는 것이 대단한 창조력의 개발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그건 한국 대학들을 유심히 지켜보면 알 수 있다.
그럼 미국은 어떻게? 내가 볼 때, 미국의 창조성은 다양한 문화권, 다양한 사고방식이 서로의 사고에 자극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생물학적으로 설명 하자면, 다양한 개체가 만들어 내는 무한한 진화의 가능성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넓게 분포하는 생물(예컨대 바퀴벌레 같은)들은 어떻게 그리 다양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가? 그들 자신이 우수해서이기도 하지만, 그 만큼 넓게 살면서 다양한 장점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자연계에선 잡종일 수록 강한 법이다. 미국은 처음부터 그렇게 큰 나라 아닌가.

한 가지 더. 미국은 어려서 부터 용돈도 자기가 벌게 하고,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직접 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를 보다 보면 못과 판자로 개집이나 헛간을 만들고, 페인트 칠 따위를 하는 광경이 종종 나오는데 한국에선 상상도 하기 힘든 장면. 미국인들이 서바이빙을 더 잘할거란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요는 그들은 어려서부터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에 대한 훈련이 되어있다는 사실이다. 주입십 교육은 어떤 문제에 대한 정답을 강요한다. 때문에 그 정답을 도출하는 '공식'이 중요해진다. 그러나 창조성, 창의성에서 중요한 건 기존의 공식을 벗어나는 독자적인 사고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을 직접 해결하는 것이 익숙한 미국인이 그런 사고가 발달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 아닐런지.

...물론 근거는 없다.


댓글 5개:

  1. 멋진 글 잘봤습니다. 저도 미국의 힘은 해외의 우수인재를 죄다 끌어모으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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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Zet - 2007/07/03 02:10
    한국 대학도 영어 수업을 통해 우수한 외국학생(최소한 동남아라도)을 데려와야 할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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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리 - 2007/07/03 17:10
    맞습니다. 어떠한 제도를 구상이나 하고 있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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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니 사실은, '미국 자체에 뿌리가 깊지 않아 외국에서 끊임없이 수입해오기 때문'입니다.



    대중 음악 / 락 음악 쪽에서 보자면, 오래전부터 나오던 얘기가 '영국에서 시작한 음악을 미국에서 대중화시켜 세계에 팔아먹는다.'라는 설이 있습니다. 실제로 대중 음악사 살펴보면, (미국의 모든 음악이 전부 그렇지는 않더라도)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얘기고요.



    영화의 헐리웃 쪽에서 보자면, '언제나 리메이크 & 외국 각본 - 감독 수입은 최신 유행'입니다. 최근 몇 년 간은 아시아 영화(호러 비율이 높음) 판권 사다가 리메이크 하는 것이 유행이기도 했는데, [링] - [주온] 등이 그 좋은 예죠. 심지어 [주온]은 원작의 감독까지 수입(?)해가 만들었고, [링] 시리즈도 2편은 원작 일본 감독을 데려다 만들었습니다. 굳이 리메이크 등은 아니더라도, 그 유명한 [스타워즈]도 SF / 서부극 / 환타지의 혼합 장르에다 일본에서 수입한 '사무라이'까지 끼워 넣었으니까요.



    세상에는 일본이 여기저기거 가져다 짜맞춰 팔아먹는 걸로 잘 알려져 있지만, 미국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게 그들의 힘이라기 보다, 원래 그렇게 살아왔죠.



    ... 라지만 한국은 짜맞추긴 커녕 있는것도 제대로 보존 못하는 안습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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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mrkwang - 2007/07/06 22:27
    옳은 말씀입니다. 미국의 잡탕 그라탕식 발전에는 자신들의 빈약한 뿌리에 대한 갈구가 담겨져 있죠. 컨트리 빼면 순수 미국산이랄 게 별로 없는 음악을 비롯해 수 많은 분야에 걸쳐 외부의 힘을 끌어다 쓰는 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닙니다. 비단 문화 뿐 아니라, 경제도 국채 발행해가며 돌리고 있으니 이 나라 자체의 컨셉이 그런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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