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5일 월요일

눈 앞이 캄캄하다는 것

사무실은 대전에 있고, 주요한 미팅은 전부 서울에서 이루어지므로 최근 들어 나는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일이 잦다. 물론 KTX를 탄다면 승차감은 훌륭하겠지만, 도착지와의 거리 문제로(주로 삼성역을 가야 하므로) 나는 버스를 이용한다.

버스를 타는 시간은 대개 자는 시간이다. 삶 자체가 사업에 매몰 되기 시작하면, 24시간은 너무도 부족하다. 이렇게 되면, 잠 또한 같은 비율로 축소된다. 그것이 겹치다 보면 만성피로가 찾아오는 것이다. 때문에 부족했던 잠을 채우기에, 흔들거리는 차 안만큼 적합한 공간도 없다. 서울로, 대전으로 향하면서 나는 순식간에 어둠 속에 빠져든다.

괴로운 것은 잠에서 깨어날 때이다. 정차 시의 둔탁한 소음이 나를 깨우면, 빛이 눈을 덮쳐 온다. 도착했음을 알리는 소리는, 고통의 시작이다. 잠이라는게 뇌를 쉬게 하기 위한 신체의 작용이지만은, 육체의 휴식도 중요한 관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차 안에서의 잠이란게 육체에게는 가혹하기 마련이라 그 이루말할 수 없는 찌푸둥 함과 피곤은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어찌됐건 내리기는 해야할 것이므로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 때 '어둠'이 덮쳐 온다. 눈 앞을 새까 맣게 기어오르는 어둠. 문학적 수사가 아니고, 정말로 눈이 캄캄해지는 것이다. 몇번을 껌뻑이면 스멀스멀 사라지는 그 어둠은 무섭기 까지 하다.

그러나 나는, 그리고 내 동료들은 그 어둠을 빛이라고 부른다. 지나친 냉기에 화상을 입듯, 우리가 향해 가는 지독히 찬란한 빛은 지금으로선 새카만 어둠으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이러니한, 그러나 벤처라는 시스템에 중심에 있는 미신과도 같다. 눈을 껌뻑이며 어둠을 쫒아낼 때, 뭐라 말할 수 없는 감흥이 드는 건 그런 이유이다. 기대에 사업이 비추어 성공적이지 못 할 경우 나는 학생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이 감흥을 잊을 순 없을 것 같다. 어린 나이에 좋은 경험을 했다고 믿어도 되겠지.


댓글 6개:

  1. 힘내세요!! ^^



    막상 지나고 보면 별 일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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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최준열 - 2007/11/09 19:23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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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모든 중요 사업체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보니...저도 광주에서 사업을 한적이 있는데..수익과 직결되는 모든부분은 서울에서 해야 했습니다..고속버스를 타고 가는 그 느낌..충분히 공감이 가는군요..좋은 블로그를 또 하나 알게되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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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mepay - 2007/11/16 01:37
    안녕하세요. 방문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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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스토리베리 화이팅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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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밀가루 - 2007/11/29 17:07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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