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25일 수요일

내가 블로깅을 싫어했던 이유 1

블로그가 언제 만들어졌는지 정확히 알 수 없듯이, 언제 블로그란 단어가 내 인생에 끼어들었는지도 정확한 기억이 없다. 대충 21세기가 시작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점이었던 것 같다는 정도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부터인가 시작된 블로그 찬양에 대해 내가 몇가지 일관된 불만사항을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그것들은 나를 뒤처진 수용자로 만들었다.

20세기말, 나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었다. 방명록은 당시 각광받던 퓨라드를 깔았고, 게시판은 블루보드인지 뭔지 하는 대충 무료배포되는 놈으로 줏어왔던 것 같다. 그 때의 내 디자인 솜씨는 깔끔한 페이지를 만드는 수준도 되지 못해, 개인적으로 예쁘거나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진을 레이아웃에 덕지덕지 붙이는 수준이었다. 그 수준이 궁금하다면, 마이스페이스에 다수의 개인페이지들을 떠 올려보면 될 것이다.

하지만 외적으론 그렇게 질이 낮은 홈페이지였음에도, 내 홈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당시의 나는 꽤나 큰 시간을 들여 관심있는 정보를 편집해 놓았기 때문이다. 몇가지 게임과 에니메이션 혹은 만화에 대한 소개와 평론따위가 게재되었고 어찌저찌 알고 찾아온 사람들은 내 글과 자료에 후한 평판을 늘어놓았다. 어떤 작가의 경향, 혹은 해석에 대한 왈가왈부식으로 시작된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내 삶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내 사이트를 찾아온 이들 중엔 일회성으로 사라지는 사람도 많았지만, 지속적으로 방문해주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 이들의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그들과 일상사에 대해 떠들고, 가끔은 우리와 아무 상관도 없을 듯한 뉴스로 토론하고. 그러한 공간으로서 내 홈페이지는 제법 많은 역할을 해냈다.

블로그가 홈페이지를 대체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질문이, 결국 내 판단에 결정적인 잣대가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몇년 전 내 대답은 '아니오'였다. 물론 그 대답은 '정답이 아니오'가 되었다. 블로그와 홈페이지는 엄밀히 말하자면 다른 존재이니, 내 판단이 틀린 것도 아니다라고 구차하게 변명하고도 싶다. 하지만 이유여하야 불문, 손님이 떨어진 음식점의 주방장은 자숙해야 할 필요가있다. 하긴, 이 글이 블로그에 쓰여지는 것에서 이미 나의 패배는 분명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내가 블로깅을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스스로의 통찰력에 대한 자성과 웹을 바라보는 내 관점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면, 불과 몇년 전에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기술하는 것이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부터가 본문인데.. 자세한 스토리는 다음편에.

넋두리가 되지 않기 위해 조심 또 조심. 해야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