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24일 화요일

이리, 블로그를 열다.

구체적인 통계나 수치를 제시하지 않아도, 블로깅이 근래의 대세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이 큰 흐름을 친절한 언론들은 두려움 혹은 경외의 심정으로 침 튀기며 중계하고 있고, 드디어 나는 브라운관 밖의 시청자에서 벗어나 플레이어로서 이 게임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네이버 블로그와 블로거닷컴에 시험적인 페이지를 만들어 봤지만, 대상에 대한 지배력을 중시하는 나의 성향에 의해, 직접 설치하는 테터툴즈 블로그가 최종적으로 결정되었다.

사실 나는 끝까지 블로그를 개설하는 것에 망설임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이 순간도 그렇다. 아직 그리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급속도로 보수화된 기술 수용 행태가 작용하고 있는 듯 하다. RSS니 트랙백이니 하는 단어들은 아직도 내게 공허하게 들린다. 언제 부터인가 의미를 아는 것과 그것을 체득하는 것 사이에 간극이 발생하고 있고, 그것이 갈수록 심해지는 기분. 블로깅은 그런 작은 거슬림의 대표주자로, 가슴 속에서 따끔거린 대상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 뿐만은 아니다. 블로깅은 여러 면모에서 내가 지키려고 했던 영토의 담장 기둥 아래에서 시큼한 부식작용의 향을 풍기는 존재이다. 구체적인 이유 몇 가지가 있는데, 그에 대한 언급은 추후에 하도록 하겠다.

어찌 됐건, 그런 내 망설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담장을 허무는 첫 글을 지금 쓰고 있다. 내 영토에 토끼가 들어올지, 사자가 들어올지는 모르겠다. 아무리 이 공간에 대해 내가 영향력을 행사한다 해도, 담장이 허물어진 이상 뜻대로 만은 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희망과 공포의 양면을 지니고 있다. 그렇게 이 밖의 세계는 나에게 신천지이다. 담장은 나를 지키기 위해 밖의 세상을 가려왔기 때문이다. 어쩌면 처음 비행기를 타던 심정이 이랬던 것 같다.

비행기를 탈 때 어땠느냐고? ...귀가 아팠다.


댓글 2개:

  1. 글을 참 잘쓰시는 것같아 부럽습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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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Zet - 2007/07/14 10:18
    감사합니다. :) Zet님도 좋은 주말 보내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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