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27일 금요일

"UCC가 비즈니스가 될 때", EMC Velocity^2 Day 세미나를 다녀오다.



인터넷 세상을 웹 2.0이란 단어가 휩쓸고 있다지만, 최소한 한국에선 그 이상으로 각광받는 단어가 있으니 바로 UCC. 최근 모종의 이유로 포탈 IT/과학 - 인터넷 섹션의 모든 기사를 읽고 있는 내게, 한 페이지에 최소 두세개는 보이는 UCC란 단어는 지겹디 지겨운 단어이다. 전 세계에서 행해지는 UCC란 단어 검색중 절반이 한국이라 하고, UCC와 각종 단어를 조합한 도메인은 한국인이 쓸어담은 형편이니 기사 제목이 그런 것쯤이야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UCC의 뜻은 누구나 알 것이라고 전제하고 지어낸 듯한 PCC니 RMC니 UFC니 하는 변종 단어들 마저 자꾸 튀어나온다. 한국 NO.2 포탈인 DAUM은 아예 슬로건으로 걸어 놓았다. 우리는 이미 UCC란 단어에 깊숙히 매몰되어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런 버블 속에서도 항상 재미를 보는 무리는 있는 법이다. 발 빠르게 막차 이전의 열차를 잡은 먹튀들을 일순위로 떠올려 볼 수 있겠지만, 난 그런 부류들이 차후와 차차후의 버블에 있어서도 계속적으로 성공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몇번은 몰라도, 반복이 거듭되면 필패한다. 주식시장에서 개미들이 필패하는 이유가 이거다. 반대로 말하면 먹튀들의 성공은 운이란 거다(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일반론이다). 버블과 관련해, 천지신명과는 독립적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없을까? 있다. LOSE-LOSE게임의 전형인 도박조차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무리가 있으니 말이다. 누구냐고? 두 종류이다. 하나는 뒤에서 돈 대주는 사채꾼들이고, 나머지는 자릿세를 받는 도박장 점주이다. 둘 다 게임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이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박의 짜릿한 희열은 없을지 몰라도 이들은 조용히, 그러나 착실하게 돈을 축적해 나갈 수 있다.
그럼 UCC열풍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일단 전자의 범주에 들어가는 이들을 떠올려 보자. 생각보다 많다. 이 생소한 단어가 뜰 걸 예감하고 재빨리 책을 써 낸 사람들. 컨퍼런스 강사들. 기사거리가 없어 인터넷 뒤적거리는 기자들. 주목 받고 싶었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소원성취한 몇몇 젊은이들. 하지만 좀 더 우아하게 돈을 버는 건 후자, 즉 도박장 점주.. 가 아니라 서버, 스토리지, 솔루션 업체등이다.
그 분야에서 한가닥 한다는 EMC와 디디오넷이 우아한 돈 벌기를 천명했다. 2007년 4월 27일, 강남 파이낸스 센터 18층에서 열린 'UCC가 비즈니스가 될 때'란 제목의 EMC Velocity^2 Day 세미나를 찾아갔다. 이하는 진행된 세미나의 내용이다.


1. 동영상 UCC의 현황과 전망  아프리카 tv 나우콤 IBS사업부 마케팅팀 고창남 팀장

UCC가 대세다 라는 얘기는 너무 익숙해서 그다지 영양가가 없었지만, 아프리카 TV의 포지셔닝에 대한 언급은 제법 흥미로운 주제였다. 일반적인 온디멘드 스트리밍 사이트(판도라TV, 엠엔케스트, 엠군, TV팟, 프리챌 Q, 픽스 카우, UCCC, 그외 기타)에 비해, 아프리카 TV는 라이브스트리밍을 컨셉으로 잡고 있다. 동영상 UCC란 소재로 누가 가장 성공할 지는 함부로 예측하기 힘들겠지만, 계속 끝까지 살아남는 모델은 아프리카 TV의 그것이 아닐까 했던 내 예상에 확신을 심어준 프리젠테이션이었다. 그외에 몇 개 건진 주제들을 언급해 보겠다.

* 아프리카 TV의 가능성.

그것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보다 높은 가능성이다. 커뮤니케이션은 UCC 붐의 성립과 미래에 있어 매우 중요한 관건이다. 최근 UCC가 주목 받는 이유도 컨텐츠 그 자체가 진화했기 때문이 아니라, 결국 컨텐츠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진화했기 때문이다. 동영상이야 몇년 전에도 얼마든지 있었지만, 공유의 방법이 커뮤니케이션과 결합되어 있지 않았다. 지금은? 아직도 부족하긴 하지만 약간의 결합이 성립하고 있다. 극히 일부의 매니아들만 어찌저찌 구해서 보던 매드무비가 자연스럽게 유투브등에 업로드 돼 퍼 날라지고 리플이 달리는 걸 보면 그런 변화가 느껴진다. 어쩌면 아프리카 TV는 한발 더 진보된 영역에 발을 딛고 있다. 그것은 어떤 컨텐츠를 '다른 누군가와 함께 본다'는 인식이 자연스러운 아프리카 TV 플레이어의 고유한 장점이다. 아프리카 TV 플레이어는, 특별한 편집과정 없이도 방송자가 자연스럽게 자신이 개설한 채널의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하고, 그 과정에 일반 유저가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강사의 적절한 비유에 따르자면, 온디멘드 스트리밍은 게시판, 라이브 스트리밍은 채팅의 성질을 띄고 있다. 게시판보다 채팅이 우월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더 높다고 본다.

물론 그런 영광을 아프리카 TV가 달성하기 위해선 우선 채널 입장시 나오는 삼만년 광고부터 단축시킬 필요가 있다.

* 편집툴의 중요성
컨텐츠보다 중요한게 커뮤니케이션이라지만, 재미없는 컨텐츠엔 파리도 꼬이지 않으니 커뮤니케이션이고 나발이고도 없다. 결국 컨텐츠 확보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제 플레이어들은 보다 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용자의 제작 그 자체에 관여(지원이라고 표현하고 싶겠지만)하려 하고 있다. 이미 엠엔케스트는 매직원을, 아프리카는 Desktop Brodcasting을, 픽스카우나 키위는 아예 스튜디오를 사용자에게 안겨주며 자신의 플랫폼이 UCC 제작의 방법론이 되게 하려 애쓰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은 내 창업 아이템에서도 핵심적인 파트였는데, 미처 현실화되기도 전에 그들이 이런 니드를 찾은게 놀랍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하긴 세상에 사람이 좀 많아야지..

* 동영상 UCC의 미래
카테고리의 확장을 강연자는 예언했다. 즉 남성에서 여성으로, 재미와 흥미에서 정보와 일상으로, 젊은층에서 다양한 연령층으로, 로컬에서 글로벌로, 유선에서 무선으로. 뭐 다른 건 그렇다 치고. 과연 재미와 흥미가 정보와 일상으로 확장될까?


2. 생방송 UCC 솔루션과 적용사례  디디오넷 이준호 팀장

자신들의 솔루션 광고였다. 짤막하게 정리하면
*  분산 중계지원으로 동시접속자를 엄청 많이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
*  멀티 스크린(한 화면에서 여러 채널 나오게 하는 효과)
이 정도인데, 뭐 그리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자신들의 솔루션을 적용한 GSTVESHOP의 라이브 방송을 예시로 보여줬는데, 방송 퀄리티가 매우 꽤나 제법 상당했다. 살짝 놀랐다.


3. Mobile로의 서비스 확장  디디오넷모바일 변형민 과장

자신들의 솔루션 광고였다. 짤막하게 정리하면
* 모바일로도 다 할 수 있음
이 정도인데, 뭐 나 같은 모바일 폄하론자에겐 대단한 이야기다. 묘령의 여성의 동영상(어디서 본 얼굴인 거 같아 생각해 보니 한 때 떴던 대만의 조비운이란 여성)이 핸드폰상에서 스트리밍되어 재생되는 모습을 예시로 보여주었는데, 모바일이란 걸 감안하면 퀄리티가 나쁘지 않았다.


4. UCC 최적화 스토리지 시스템  한국 EMC 이장원 부장

한 마디로 "우리 EMC가 UCC로 사업한다는 사업자들을 제대로 도와줄 수 있음."

내적으로도 영업사원에게 들을 수 있는 정보와 크게 다를 건 없었다. 다만 절반 가량 외계어를 섞었음에도 부장님 포스로 내게 EMC 제품 구입의 필요성을 납득시켜 버렸다.
 
제 사업이 좀 가닥을 잡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마치며.

닷컴 버블과 그 후의 웹 2.0이란 이름의 기류가 증명하듯, 현재 몰아닥친 UCC열풍도 어떤 형태로든 정리가 될 것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수많은 플레이어들의 생존과 패망을 결정지을까? 물론 자사 하드웨어만 사면 아무래도 상관 없을 EMC겠지만, 하드웨어는 결국 그 이용자인 '사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향후 비즈니스의 변화는 단순히 '트래픽이 증가한다'라던지 '모바일이 뜬다' 따위의 어정쩡한 명제만으론 설명할 수 없을 터이다. 지금의 UCC열풍이 그랬듯, 앞으로도 새로운 무언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좀 더 구체적이고 생산성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고민했다면 참석자들은 물론 자신들에게도 더 가치있는 세미나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UCC를 제목으로 잡아 놓았지만, 실질적으로 UCC 자체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하드웨어 홍보행사였다.
 
물론 예쁜 가방을 받아온 나로선 큰 불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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