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30일 토요일

관계는 데이터의 미래다.

UCC 동영상 서비스 업체에 대한 생각.

웹을 돌아다니다 보면, 일부 블로거의 놀라운 분석력에 놀랄 때가 있다. 특히 이 블로거가 지적하고 있는 2번의 문제는, 내가 꾸준히 주목해 왔던 사항이었기에 반갑기까지 했다.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영상은 당장 웹사이트에 트래픽을 몰아다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러나 웹사이트가 그런 영상 위주로 돌아가게 되면, 평범하고 별볼일 없는 영상은 저변을 잃게 된다. 그 대신 자극적이고, 내용이 없는 영상이 메인을 차지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동영상 UCC라는 유행이 끝났을 때, 그 자극적인 풍미는 일순 싸구려로 변해버릴지도 모른다. 오래 인기를 얻는 음식은 그윽한 것이 많다(앞서의 포스트에선 난 이것을 '스토리의 유무'로 표현한 바 있다). 이것이, 동영상 UCC업체들이 순수한 의미의 홈비디오를 보다 중시해야할 이유다. 어차피 유명한 화제의 영상은 어느 UCC사이트를 가나 다 올라와 있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킬러 컨텐츠는 홈비디오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 블로거가 마저 지적하지 못한 사항은, 왜 그런 문제가 발생하느냐는 것이다. 단지 기업들이 트래픽에 눈이 멀어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걸까?

물론 근본적인 이유는 동영상이란 미디어 자체의 특성에 있다. 동영상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감각(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매체이다. 인간은 이런 자극 앞에 쉽게 피곤해 지기에, 본능적으로 오랫동안 주목하기 힘들다. 30초 안에 시청자를 사로잡지 못하면 사람들이 페이지를 옮기는 건 그런 이유이다. 30초안에 사람들의 눈을 잡아끌 컨텐츠란 대게 선정적인 컨텐츠이다. 미모의 여성이든, 늘씬한 몸매이든, 얻어맞는 사람이든 간에 말이다. 극한 자극으로 사람들의 흥미를 끌고, 그 극한 구조를 무리하게 마무리짓는다. 이 때문에 흥분은 남지만, 스토리가 유실된다. 홈비디오는 이런 웹 동영상 매체의 특성에 썩 부합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보다 큰 문제는 구조, 이른바 시스템에 있다.

홈비디오를 업로드할 사람들이 어떤 심리에서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일까? 단지 보관이 필요했다면, 하드디스크도 있고 웹하드도 있고 CD-R도 있다. 무엇하러 조악한 화질로 변신하는, 혹여 악플에 고생할지도 모르는 UCC사이트에 홈비디오를 올리겠는가. 답은 간단하다. 바로 소통하고 싶어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웹이란 공간은 그런 소통을 전제한 공간이고, 웹상의 데이터는 모두 그런 목적을 지니고 있다. UCC라고 이름붙여지는 데이터는 특히 그런 특성을 필요로 한다. 전문적이지도 않고, 대단할 것도 없는 그런 데이터가 웹에 올라와야할 이유가 있다면 그건 오로지 업로더의 소통 욕구 뿐이다. 나는 이 소통에 대한 욕구를 '관계'라고 부르겠다.
문제는 다소 귀여운 아이가 뛰노는 영상이나, 자신을 제외한 사람들에겐 그냥 일반인일 뿐인 배우자의 폼 재기따위를 업로드하는 행위가 그들에게 충분한 '관계'를 제공하겠냐는 것이다. 글쎄, 힘들지 않을까. 이효리나 문근영이라면 모를까, 나랑 상관없는 사람들이 시시덕 거리는 영상에 나는 관심이 없다. 다른 사람들이라고 다를까? 피차 바쁜 몸이니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내가 한 말에는 힌트가 숨어있다. 반대로 생각해 볼까? 상관없는 자들의 데이터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나랑 상관 있는 사람이라면 그 데이터에 관계를 맺을 용의가 얼마든지 있다는 의미다! 어디서 줏어 온건지 모를 진부한 사랑타령 싯구도, 친구의 미니홈피에 적혀있을 땐 읽게 된다는 점을 상기해 보자. 데이터의 가치는 꼭 그 자신에게 있지만은 않다. 그것이 학교 급우이건, 펜팔친구이건, 눈여겨 본 카페회원이건, 그냥 눈에 띄는 아이디이건 간에- 관계를 기반으로 해 데이터는 재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홈비디오와 관계를 맺을 사람이란 홈비디오의 작성자와 관계가 있는 자들이다. 홈비디오의 업로드를 장려한다는 의미는, 그들이 웹사이트에서 인간관계를- 결국 그 진부한 단어인 "소셜 네트워킹"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는 의미와 다름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동영상 UCC업체는 소셜 네트워크로서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가? 내가 보기엔, 자신들이 뉴 미디어인양 굴 뿐이다. 관계는 없고, 데이터만 온갖 방법으로 끌어 모은다. 마치 공중파 방송국이 시청률 경쟁을 하듯이. 그러나 그들은 실수하고 있는 것이다. 관계야 말로 데이터의 미래이다. 어째서 몇년전에도 있던 동영상이란 미디어가 새삼스래 '대세'가 된 건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생각하기 힘들면 나름의 답을 내리고 대박도 친 유튜브라도 꼼꼼히 살펴봐라. 페이지 뷰, 업로드된 영상 숫자, 팔린 가격 뭐 이런것만 말고.



하긴.. 판도라TV나 나우콤등 동영상 UCC업체들의 기사, CEO의 강연 자료등을 종합해 살펴보면 이들은 "미래엔 동영상이 대세가 될거야" 이상도 이하도 아닌 판단이 있었을 뿐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일 수 있겠다. 쩝..


댓글 6개:

  1. 올바른 시각이고, 동감합니다.

    관계는 데이터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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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로망롤랑 - 2007/07/01 03:23
    안녕하세요. 방문, 댓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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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끝에 "그 놈의 공돌이 센스"라고 하신건 편협한 시각입니다. 비판하는 대상이 일부 공학계열출신들, 특히나 IT업계에 해당하는 분들인데 공돌이라고 하시는 건 문제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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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가명 - 2007/07/01 04:05
    안녕하세요. 저 표현이 공학도를 폄하, 비하하고자 한 말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제가 느끼기에 상당수 공학도들에겐 "좋은 기술은 자연스럽게 성공한다"고 다소 안일히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이 글 속 동영상 업체들의 판단과 유사하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비즈니스는 논술형 면접과도 같아서 단지 답이 맞는다고 만점이 아니란 걸 공학도들은 종종 놓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공학이 지극히 논리적이고 답이 나오는 학문이라서 일까요? 어찌됐건 저러한 사고에 좋은 면이 있는 만큼, 부족한 부분도 있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이런 제 판단에 구체적 증거가 없음은 물론, 표현 또한 사려 깊지 못했음을 사과드립니다. 혹 기분이 상하셨다면 마음 푸시기 바랍니다. 사실 제 제일 친한 친구들도 전부 공학도 들이고, 비록 제가 경영학과긴 하지만 대학은 공대(뭔가 이상한 표현이긴 합니다만)랍니다. 애정이 있어서 까는 거라면 이상할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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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트랙백이 안걸리네요.



    홈비디오가 성장한건 미국과 일본에서 VTR과 카메라가 대중화된 80년대부터입니다.

    당시에 부담가는 가격임에도 마케팅적으로 성공한 요인은 감성을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있습니다.

    이런 의미를 새겨본다면 조금더 멀리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당시에 홈비디오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JVC는 여러가지 불리한 조건속에서도

    몇가지 원칙에 충실했기에 자신과는 상대가 될수없을만큼 컸던 소니를 제칠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JVC와 소니의 다른점은

    후발주자이고 기술적으로 열세에 있었지만 한순간 유행을 틈타 저가에 때려맞춰 성능을 낮춰 많은 이득을 취할수 있음에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소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저가공세를 펼치지 않았습니다.나름대로 최고라는 자부심이 대단하기도 했습니다. 다음항목과 관련된 태도와 관련성이 깊습니다)



    자기들의 기술을 공유했습니다.

    (소니것이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던것이 한가지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처음부터 근본적으로 개발자의 의지였습니다.)



    소비자와 직접대면하는 마케팅방식으로 감성적으로 다가갔습니다.

    관련글: http://betterface.tistory.com/21



    이것은 기기와 관련성이 많은것이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것은 편리함과 열린마음에 더 매력을 느끼는가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서비스하는 회사가 감당할수 있는 수준에서 이야기겠지요.

    가끔 소비자들이 인지못한 상태에서 나오는 현실성이 결여된 의견이나 아주 난해한 요구에 해당회사에서 과민반응하는 것을 볼때가 있습니다. 좀더 친절하게 다가가지 못하는 회사의 태도때문에 실제보다 부풀려진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회사의 이미지를 깍아먹는 것을 볼때면 안타까움을 느낄때가 있습니다. (예를들면 이렇게까지 해주는게 어딘데.. 이런식의 태도를 감정을 섞어 노골적으로 드러내는것..)



    기본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는 감정이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론 중요한 결함이나 기타 비교하기 힘들정도의 성능차이가 존재하거나할때는 달리 생각하겠지만

    이성이나 논리적으로 수긍해도 감정적으로 불쾌하면 어쩔수 없이 사용은하더라도

    조금은 거리를 두는것이 사람마음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소비자의 이런 심리를 헤아려주는것이 기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필요한 부분이라고 여겨집니다.

    회사의 장기적인 존속을 결정하는 요인중에 한가지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사업적으로 안정이되면 이부분은 해당회사의 의지에따라서 여유를 가지게 되어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빨리 건전한 수익모델이 정착되길 기원합니다.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지만 공돌이란말은 진짜 노동자들이 들으면 기분 나쁠수도 있습니다.

    이리님이 그런의미로 하신말씀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노동자생활을 몇년동안 해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주절주절 말이 많았네요.

    즐거운 한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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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더조은인상 - 2007/07/02 11:22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트랙백은 스팸 막을려고 막아놨습니다. 하도 달라 붙길래 말이죠.

    그리고.. 너무 자세히 말씀해주셔 감사! 몰랐던 사실도 알게되고, 교훈도 얻었네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이 바뀌어도, 결국 영원한 테마는 사람인 거지요. 벤처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다시금 되새겨야 할 말인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문제의 표현은 수정했습니다. 좋은 하루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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