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22일 수요일

창의력을 키우고 싶다면 예술을 즐겨라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예술은 대중으로부터 멀어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창의력 빈곤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예술은, 창작자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양식이다. 글로 표현하면 문학이 되고, 소리로 표현하면 음악, 색과 형태로 표현하면 미술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그 표현의 성립이다. 예컨대 '내 마음은 호수'라는 예시를 돌이켜 보면, 작자의 마음이라는 복잡미묘한 무언가가 '호수'라는 이해 가능한 대상으로 수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알 수 없는 것을, 표현자와 수용자가 다 아는 것으로 전환시켜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한다. 그것이 예술의 성립이다.

따라서 예술적 사고란, 아무 상관도 없는 사물들 간의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능력이며, 그것은 수많은 지구 위의 일상다반사를 지점토로 만드는 마법이라 할 수 있다(표현력은 논외로 하겠다). 이 마법은 예술 안에서만 머무르는 환상이 아니다. 케쿨레는 뱀이 자신의 꼬리를 물고 빙글빙글 도는 영상을 꿈 속에서 보고, 그것을 벤젠의 구조식으로 바꾸었다. 이것이 예술적 사고, 다시 말해 창의력이 아니겠는가?

물론 위대한 창의력은 그리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 중에는, 정말 그럴 만한 것들이 있다. 세상엔 아무 단서도 없이 던져진 퍼즐들이 종종 있다. 그것이 퍼즐임을 인식하는 것 조차 힘든, 그런 퍼즐들 말이다. 고독이야 천만 솔로부대의 슬로건이지만, 그걸 지독한 광기의 화폭으로 담을 수 있는 것은 고흐 뿐이다. 이런 퍼즐들을 해결하는 것은 천재들의 영역이며, 혹은 신의 영역이다. 우리는 대체 어찌해야 하는가?

간단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창의력을 가지면 된다. 그리고 사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창의력은 대개 그정도면 충분한 것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능력은 얻기도 쉽지 않지만, 가지고 있어도 관리가 쉽지 않다. 어느 정도의 능력만 있어도, 우리는 이 세상에 기여하는 이유있는 구성원이 될 수 있다. 그 정도의 창의력이라면 얻는게 그리 힘들지만도 않다.

마음이야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그것을 호수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저 표현을 안다. 왜? 배웠으니까. 교과서를 읽었으니까. 수업시간에 졸지 않았으니까. 배움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선사한다. 비교적 비 논리적인 형태로 전개되며 기본 지식이 제법 많이 필요한 미술과 음악보다는 나는 문학을 권하겠다. 내 마음은 호수라고 마른 하늘에 소리 질러 보자. 그 다음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왜 mind == lake 인지, 그래서 어쨌다는 건지 진지하게! 진지함은 당신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것이고, 그 자신감이 때로 유령 처럼 튀어나오는 실체 없는 아이디어에 뼈를 붙이는 작업을 할 것이다. 당신이 이런 과정을 즐기고, 일상적으로 반복한다면 당신에게 수천만 달러짜리 창의력이 생겨날 것이다. 뭐, 정 안되면 국어 선생이라도 하고.


댓글 6개:

  1. 아래 문장에 적극 동의합니다. 관계 없어 보이는 것들을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 창의력의 근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적 사고란, 아무 상관도 없는 사물들 간의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능력"

    답글삭제
  2. @최준열 - 2007/08/23 14:27
    감사합니다. 칭찬은 이리도 춤추게 하는 군요. 덩실덩실

    답글삭제
  3. @Read&Lead - 2007/08/23 21:26
    풍부한 교양이 그래서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재료'가 될 뿐 아니라, '예시'의 역할 까지 수행하니까요. 문득 제가 요즘 독서를 자주 못 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오르네요. 걱정입니다.

    아 참, 같은 글이 두개 연속으로 남겨 졌길래 하나는 지웠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

    답글삭제
  4. @최준열 - 2007/08/23 14:27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지만,

    creativity under the gun 이란 법칙도 있더군요~ 한국 기업문화에서의 창의성은 머리에 총을 들이댄 상태에서 마구마구 솟아나오는것 같아요. ㅎㅎ

    답글삭제
  5. @최준열 - 2007/08/23 14:27
    사실 단기적으론 그게 최고죠.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