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28일 목요일

은근한 장점의 장점

세상 모든 것엔 관성이 존재하는지라 이성을 유혹하건, 잠자는 사람을 깨우건 그 것에는 강한 자극이 필요한 법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것은 여간해선 쉬운게 아니다. 강력한 장점이 없다면, 고객들은 눈길도 잘 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확보한 고객을 묶어두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관성을 최대한 유지하는 법은, 억지로 그 상태를 유지할려고 애쓰기 보다- 자연스럽게 보조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강한 장점 보단 은근한 장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은근한 장점은 경쟁자로부터 잘 견제받지 않는다. 그것은 시장조사등의 데이터에 잘 드러나지도 않으며, 합리적 추론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자리에 위치한다. 그 장점을 지닌 회사 자신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설령 겨우 경쟁사의 은근한 장점을 파악했다 해도 문제는 만만치 않다. 은근한 장점은 단순히 돈을 투입해 달성되는 성질의 것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은근한 장점은 대게 의도적이지 않게 파생된 경우가 많으며(예컨대 사용자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어있다던지), 문화적인 형태인 경우가 많아 인위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자, 이제는 반대로 생각해 보자. 비록 강력한 장점을 지닌 서비스더라도 은근한 장점이 없다면 살아남기 힘들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의 강력한 장점이 아이러니컬하게도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주목을 받고, 곧 경쟁사들에 의해 견제당하기 때문이다. 그 경쟁사가 막강한 자금력을 지닌 경우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공격적인 마케팅, 뛰어난 개발력등으로 무장한 거인과 힘싸움을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판도라 TV가 순식간에 다음 TV팟에 밀려버린 것에는, 은근한 장점을 충분히 형성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미래가 다음 팟플레이어 앞에 풍전등화처럼 보이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이쯤되면 은근한 장점, 그게 대체 뭔데? 라고 소리치실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도 잘은 모른다. 하지만 아마, 사람(사실은 일부 아날리스트)들이 그토록 부르짖는 소셜 네트워킹의 궁극이 그런 형태가 아닐런지.


댓글 4개:

  1. 은근한 장점은 시장조사 데이터에도 나오지 않으며 인위적으로 달성하기 힘들다...정말 좋은 글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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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최준열 - 2007/07/02 17:49
    써 놓고 너무 애매한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칭찬 감사합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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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댓글 보고 왔는데 이 글도 정말 좋네요. 남녀사이에 연예를 할때도 은근한 장점이란게 필요한것 같아요. 혹시 저랑 링크 교환 하실래요? ^^ㅋ 제 블로그에는 일단 추가할게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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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Zet - 2007/07/03 02:12
    다이아몬드 반지 하나보단 장미꽃 백송이가 낫다는 말이 있으니까요. :-) 링크 교환 좋죠! 메뉴를 곧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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