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8일 금요일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2를 보다가..


"시스템이 원하면 이뤄지게 되어 있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얼떨결에 살인범으로 몰린 후 자신은 무죄라고 말하는 벨릭에게 변호사가 해주는 말이다. 짝짝짝. 난 책을 보다 이런 구절을 만나면 밑줄을 친다. 말 자체도 멋지거니와, 주인공 형제를 억압하던 부당한 시스템의 대표 겪이던 그가 이제 시스템의 피해자로 도치된 상황에서 발생하는 이런 언어유희는 얼마나 재미있는가.

그런데 이런 도치의 미학은, 비단 벨릭의 불행에 국한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모든 캐릭터가 그렇다. 열심히 제거하고 다녔더니 졸지에 자기가 제거대상이 된 켈러맨도, 악을 미워하다 보니 자기가 악이 되버린 마혼도, 악랄하게 명령을 내리지만 결국 자기도 명령에 따를 수 밖에 없는 킴도, 권력의 정점에 서지만 내려올 수 밖에 없는 대통령도.. 이 드라마에선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PAD MAN이 있지 않느냐고? 물론 그는 모든게 베일에 쌓여 있으니 뭐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양반, 의외로 공처가일지도? 뭐 어찌됐건, 다들 자신의 감옥에서 탈출하고자 허우적 댄다. 재미있는 건 그들의 감옥을 지키는 간수장은 스콧 필드(와 아이들) 아니겠느냐는 사실이다.

결국 모두가 사냥꾼이자 사냥감이란 얘기인데... 실로 흥미롭다. 홉스가 말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현대적으로 각색된 게 프리즌 브레이크일 것이다. 근데 여기서 다시 문두로 돌아가 볼까?

"시스템이 원하면 이뤄지게 되어 있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링컨에게 누명이 씌워진 것은 필연이 아니었다. 애시당초 그가 정상적인 삶을 살았다면, 그런 사건에 꼬일리도 없었을 테니까. 그러나 설령 링컨이 현명해 졌다해서,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제 2의 링컨, 제 3의 링컨은 얼마든지 있다. 결국 이 폭탄돌리기 게임에서 폭탄이 터진다는 시스템에 변함이 없는 한, 모두가 행복할 수는 없다.

결국 모든 사람들을 옥죄는 진짜 감옥은 시스템이다.
과연 프리즌 브레이크가, 제목처럼 그 감옥을 설득력 있는 형태로 부술 수 있을까? ...그런 게 가능할리 없다. 결국 우리는 존 레논의 노래를 부르는 것 이상으론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 스콧 필드도 당장 눈 앞의 감옥이 버겁다. 누군들 다를까? 시스템은 구축하기도, 저항하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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