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2일 일요일

벤처는 '우리가 훨씬 낫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구글이 나타나기 이전 '검색'은 흥미로운 하나의 요소일 뿐이었다. 영업부터 오만가지 수요에 귀를 기울여야 했던 기존 강자들은, 이 괴짜스런 기술에 눈을 두지 않았다. 이는 덩치 큰 조직이 맞이하는 숙명과도 같은 일이지만 대개 그것은 현명한 판단이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선 괴짜스러운 (다수의 단점을 포함한) 특정한 장점보다는 익숙하고 전반적으로 원만하고 익숙한 기존 기술을 택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니치 마켓의 요구가 순식간에 메이저 트랜드로 치고 올라올 수 있다는 점에서, 웹은 기존의 어떤 경제 생태계보다 흥미롭다. 순식간에 패권이 뒤집혀 온 웹의 파란만장한 역사는, 지금도 음지에서 한정된 영역에 대해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꿈꿔 온 벤처들을 위한 찬송가처럼 들린다.

그러나 많은 벤처들이 이따금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웹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아이디어를 트랜드로 승천시킬 수 있는 여의주와도 같지만, 그 여의주를 부라퀴로부터 빼앗어 움켜쥘 수 있는 능력은 결국 힘이라는 것이다. 구글이, 네이버가, 그리고 수 많은 웹 서비스가 성공한 것은 그들의 아이디어가 좋았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자, 전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 왜 성공했느냐고? 답은 단순하다. 그 서비스가 더 뛰어났다는 것. 구글의 검색은 생색내기 수준에 불과하던 야후보다 훨씬 뛰어났다. 네이버의 지식IN은 상세한 정보의 제공에 있어 다른 무엇보다 훨씬 뛰어났다. 트렌드를 잘 읽고 예측하는 일도 물론 중요한 문제지만, 어찌됐건 그 분야에 있어선 분명히 뛰어났다, 그러니까 성공했다- 이것이야 말로 본질인 것이다.

한국은 왜 웹 2.0 서비스가 별 볼일 없는지에 대한 포스팅을 보았다. 다양한 이유가 사용자들에 의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본질적 이유를 정리 하면 결국 하나의 사실로 수렴한다. 한국의 웹 2.0 서비스업자란 자들이 기존의 강자들보다 우수한 서비스를 만들 능력이 없었다는 사실 말이다. 올블로그는 다음 블로거 기자단보다 우수한가? 태터툴즈는 네이버 블로그보다 우수한가? 위자드닷컴은 포탈보다 우수한가? 특정한 비교우위가 있다는 건 알겠지만, 결국 포괄적으론 '글쎄'라는 대답이 나온다. 토끼가 사자보다 빠르다 해서 사자를 잡아먹을 수는 없는 것처럼, 결정적인 능력의 차이는 사소한 장점을 압도한다. 생존(일정량의 쉐어를 차지)하는 것 까지는 해낼지 모른다. 그러나 한정된 좁은 울타리(한국 웹) 안 에서 뛰어 봤자다. 지배적인 강자가 되려면, 속도 만으론 부족하다. 신선함도 파격성도 힘에 의해 가치를 얻는다는 점을 주지한다면, 토끼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재즈잭래빗이 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웹 2.0 토끼 중엔 그렇게 힘있는 서비스가 눈에 띄질 않는다.

나는 이런 무기력함의 기저에, 펀딩 환경의 미비가 아주 강력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할 지언데, 제대로 돈을 못 투자 받으니 그저 그런 인재로 해 나갈 도리밖에 없다. 반면 우수한 인재를 그대로 손에 쥔 포탈. 스스로 자멸하지 않는 이상, 포탈이 승리하는 건 굳이 한국 유저의 취향이니 포탈 권력따위를 언급하지 않아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자신들의 능력을 놓고 "우리가 구글보다 인물 검색에선 훨씬 낫다" 라고 말하는 정도의 포스가 없다면, 그 벤처의 미래는 험난할 것이다. 설령 지금 잘 나가고 있다 해도 말이다.  

비즈니스적인 의미가 필요하지 않다면, 단지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가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그러나 존재하지 않는 시장을 개척하고, 이어지는 경쟁에서 끝내 이기고 올라올 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정말로 어려워 보인다. 이 세상에 무언가 기여 한다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는 시도만으로도 높게 평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자기만족에 그치지 않으려는 승자들의 논리는 분명한 힘이다. 나는 판도라TV도 싸이월드도 메가스터디도 다 박살내 버리고 싶다. 암수와 음모가 아닌 순수한 능력의 차이로 말이다. 그것은 실로 어려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결국 분명히 성공 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댓글 6개:

  1. 구구절절 웹을 기반으로 달리고 있는 수많은 벤처인들의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글이군요~

    저도 짝퉁이나 따라쟁이 서비스들 거기에 웹표준도 지키지 않는 마구잡이식 서비스들에 일침을 가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 내려 하고 있습니다~ 이리온 님도 화이팅하셔서 꼭 멋진 서비스 런칭시키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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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능력에 대한, 서비스 퀄리티에 대한, 투자에 대한 내용이 모두 몸에 와닫는 글들입니다. 한가지, "왜 이 서비스가 필요한지", 서비스 목표에 대한 질문도 하고 싶습니다. 과연 지금의 웹2.0 업체들중에 혼자서 끝까지 자생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을까요? 또 자생이 목표인 회사가 얼마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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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캐릭터킹 - 2007/09/03 15:21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답변이로군요. 괜스레 저도 엉덩이가 들썩거릴만큼 말입니다. 무림고수들이 한수를 주고 받으며 인사를 하듯(?) 서로 끝내주는 서비스로 대면하면 좋겠습니다. 속으로 '제법인데.', '과연.' 하면서 말입니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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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밀가루 - 2007/09/03 16:18
    네, 옳습니다. 분명한 목표는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소지요. 대표적으로 요즘 UCC붐에 편승해 나타난 듣보잡 동영상 사이트들은 말씀하신 서비스 존재 의의에 대한 자문이 없는 듯 보여 가슴이 아픕니다. 다만 이런 사이트는 굳이 웹 2.0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하거니와, 분명한 목표점과 아이디어를 지녔지만 그럼에도 능력이 부족한 몇몇 업체들을 대상으로 글을 썼기 때문에 목표에 대해 굳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겠지요.

    그나저나 말씀하신 자생의 문제.. 유튜브의 성공사례로 말미암아 모두들 자생보다 한방을 노리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하는 벤처조차 그런 종류의 기대감에서 자유롭지 못한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러모로 볼 때, 긍정적인 현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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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우연히 포스팅을 보게 됐는데, 읽는 내내 완전 공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벤처 기업이든, 대기업이든 결국 실패한 혁명의 변은 변명이 될 수 밖에 없는 것.

    결국 역사는 승자의 것이고, 능력은 문제 해결 능력인 거겠죠.

    모든 취약점과 제약 조건을 뛰어넘고 돌파해 성공했을 경우, 우리는 승자의 논리로 움직이는 세상에 혁신적인 변화를 줄 수 있을 것 입니다.

    아무리 다양한 외부조건이 영향을 미친다 할지라도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 승부를 마무리 짓는 건 순수한 능력이겠죠.

    이리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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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꿈돌이 - 2007/09/12 15:21
    덧글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이야기들에 전부 동의합니다. 새삼, 구글이 정말 대단하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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