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4일 월요일

동영상 UCC의 한계


"
세상은 물질로 이뤄졌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 생각엔 세상은 이야기로 구성된 것 같다."
최일구 전 MBC 앵커의 말이다. 언어란 참 재미있다. 말도 안 되는 말로(아, 이 표현 맘에 든다) 어떤 진실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전기 신호의 교류일 뿐이라고 믿지 않는 이상, 인터넷도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음이 틀림 없는 것 같다. 우리가 주고 받는 데이터는 단순한 전기 신호가 아니다. 그것에는 주인공이 있고, 배경이 있으며, 내용이 있다. 무엇보다 거기엔 감동이 있다.

새로운 데이터로서 각광받고 있는 대다수의 동영상 UCC를 내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이유는, 대게 스토리가 없기 때문이다. 수도없이 등장하는 늘씬한 여성들의 춤동작이나, 엽기적인 실험은 우리의 눈을 손 쉽게 붙잡는다. 그러나 그를 통해 우리에게 무엇이 남았는가? 무엇이 달라졌는가? 나는 내가 돌아다니는 몇몇 커뮤니티에 범람하는 동영상들을 꾸준히 살펴 보는 편이다. 하지만 대개 그 결과는 같다. 특히 그것이 UCC일땐 더욱 그렇다. 왜 우리는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그런 데이터에 열광해야 하는 걸까?

구성과 표현에 있어 한 가지 해답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무리 그 장르가 이질적인 것이더라도(동영상이더라도) 이야기가 포함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있다. 그것은 지난 어린 날, 부모님의 품 안에서 들었던 자장가 같은 가락이다. 나는 미래의 내 자식에게 동영상 UCC 같은 건 별로 보여주고 싶지 않다. 비교육적이니 선정적이니 따위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먼 나라의 언어처럼, 그 본질이 생소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쇼'는 열정, 흥분 따위는 전해지지만, 그건 세상을 구성하는 것중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프레디 머큐리가 피맺힌 목소리로 외친 '쇼'는 그런 게 아닐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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